[Spirk] 중력을 거스르다 – Fighting Gravity – 22 : 사랑하는 사람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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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되었건, 5년 임무에 나가기 전까지 스팍과 지낼 수 있는 여유가 몇 주는 남아있었다. 다시 만난 바로 그 첫날 어색한 긴장에 싸여있던 날에도 짐의 입장에서는 나름 즐거웠다. 그때를 떠올리니, 임무가 시작되고 한가하게 스팍과 놀 수 없게 되면 뭘 하면 좋나 지레 걱정되었던 마음이 조금 가라앉았다. 두 사람은 별 거 아닌 소일거리를 하면서도 무리 없이 잘 지냈다. 영화를 보거나 같이 앉아서 각자 읽을거리를 읽거나, 팝콘을 먹는 등… 물론 체스도 빠질 수 없고 말이다. 스팍이 한 번이라도 이긴 적이 있었으면 짐은 도전욕이 들어 오히려 더 즐거워졌을 거다.

스팍과 통화를 마치고 몇 시간 되지 않아 전화가 다시 울렸다.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스팍이 다시 연락을 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스팍인가 봐요.”

그는 엄마에게 그렇게 말하면서 주머니에서 단말기를 꺼냈다. 사렉이 새 소식을 못마땅해 하는 건 아닐까…

발신자를 확인하지도 않은 채 통화를 연결했다. 그런데 화면에 나타난 사람은 더욱 예상치 못했던 이였다.

“…아.”

“놀란 얼굴이로군. 너무 늦게 전화한 건 아닌가? 미안하네.”

“아니에요, 전혀. 저보다 그 쪽이 더 밤이겠네요. 잠시만요.”

짐은 소파에서 일어나 층계참으로 향했다.

“방에서 받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엄마.”

“스팍 아니니?”

따지자면 그렇긴 하지만, 엄마는 모르는 스팍 쪽이라는 게 문제였다.

“일 때문에요. 기밀 이예요.”

거짓말은 아니었다. ‘셀렉 대사’라는 벌칸이 본래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에게 정체를 말해버릴 순 없으니까. 아래층에 소리가 닿지 않게 되었을 때쯤 단말기를 향해 말을 걸었다.

“어쩐 일이에요?”

스팍 대사가 이 늦은 시각에 전화했을 이유가 뻔했지만서도, 혹시나 나쁜 소식이 있는 건 아닐지 조마조마했다.

다행히 스팍 대사가 잘 짓는 그 미소에 가까운 표정을 보니 나쁜 소식은 없는 것 같았다.

“내가 관심 있게 눈여겨보던 사항에 자네가 뛰어난 성과를 보인 듯 해서 말이지.”

“스팍이 스타플릿으로 복귀한 건에 대해서겠죠?”

“그렇다네.”

뻔하지 뭐. “어떻게 아셨어요?”

“그가 아버지에게 통보했고, 소식을 들은 아버지가 내게 알려줬지.”

스팍 대사는, 만족했을 뿐 아니라 그 예의 ‘미소에 가까운’ 표정을 띠고 있었다. 짐은 웃었다.

“묻지 않아도 당신의 생각은 긍정적인 것 같네요.”

“물론 매우 긍정적이고말고. 짐, 내 평생 가장 내게 영향을 미친 한 가지를 선택하라면 스타플릿에서의 복무를 꼽을 수 있어. 세상을 배우고 또 성장할 수 있는,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귀중한 기회였다네. 평생의 친구와 동료들도 얻었고, 벌칸 사회에만 있었다면 결코 접할 수 없을 경험을 했어.”

“그러고 보니 여기의 스팍도 그런 비슷한 얘기를 했어요. 아카데미에 있던 시절이 살면서 가장 즐거웠었다고.”

“그렇다면 그가 옳은 선택을 했음이 더욱 확실해지는군. 물론 우리는 분명 차이가 있는 인격체이지만, 그것은 확실해.”

“사렉은요? 어떻게 받아들였어요?”

스팍 대사의 표정이 미세하게 더 밝아졌다.

“…그런 모습을 보게 되다니 여러 의미로 참으로 신기한 경험이었어. 아버지께서 나의 안전을 확인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들은 후 내색은 않으셨으나, 눈에 띄게 안도하셨다네.”

“분명 그랬을 테죠.”

“아버지께서 그리 안도하시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던 반응이야. 당시의 나 자신을 돌이켜보면, 아버지와 나의 관계는 소원해져 있었으니… 아버지는 내가 벌칸 사이언스 아카데미 대신 스타플릿에 들어가기 위해 등을 지었던 일을 용서하지 않으셨어. 세월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관계가 완화되긴 하였으나 끝내 마음에 담고 계셨으리라 생각했다네.”

아. 그러면 이 상황이 품고 있는 온도가 조금 달라질 거다.

“그럼, 이번에는요?”

“그 분의 말씀을 그대로 옮기자면, ‘그 아이에게는 스스로 선택할 능력이 있고 또 그 결과 연방 함선에 오르는 편이 자신의 타고난 재능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다는 결정을 내렸다면, 아들의 논리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하시더군.”

“잘 됐네요.”

정확히는 몰라도 스팍 대사의 표정을 보니 좋은 현상인 듯 했다. ‘스팍’이라면 당연히 벌칸 말투의 뉘앙스를 짐보다야 더 잘 알고 있을 테니까.

“내가 지난날 아버지께 들었던 그 어떤 말보다 이해심 깊은 표현이었지.”

스팍 대사는 그렇게 말하면서 가볍게 목례를 건넸다.

“감사를 표하는 바이네. 아버지의 입에서 그런 말을 들을 수 있게 되다니, 이게 다 자네의 덕이야.”

“에이. 제 덕이긴요. 상황을 들어보니 사렉은 늘 그런 마음을 지니고 있었던 것 같은데요. 터놓고 표현하기까지 시간이 걸린 것뿐이지. 아무튼 사렉에게 그런 말을 들을 수 있었다니 제가 다 기쁘네요.”

“자네가 아니었으면 애당초 이런 일이 발생조차 하지 못했을 거라네. 마지막으로 통화했을 적만 해도 그곳의 나는 지구에 남아 연구직을 맡기로 되어 있었어. 스타플릿으로 돌아오라는 자네의 제안을 줄곧 거절하고 있었지. 묻고 싶은 바가 있다네, 짐. 자네가 내게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할 의무는 물론 없지만, 내가 관심 있어 하리라는 점은 알았을 거야. 이렇게 상황이 급격히 변했는데도 어째서 내게 전해주지 않은 건가?”

“음, 그게, 스팍이 샌프란시스코로 가기 전에 얘길 나눴어요. 당신한테만 숨긴 게 아니라,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않은 거예요. 스타플릿으로 복귀한 거나 엔터프라이즈에서 일하게 되는 게 공식적으로 발표되기 전까지는 비밀로 하기로 했거든요.”

다른 이유 하나는 교묘하게 잘 숨긴, 변명이었다.

“그렇다면 하나만 더 물어보세. 어떻게 그를 설득시킨 건가?”

그 부분은 얘기하기 망설여질 뿐만 아니라, 짐은 전부 자신의 덕이라고 여길 정도로 자만한 사람도 아니었다. 스팍의 고통스러워 보였던 고백과, 그 다음날 옥수수 밭에서 나눴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글쎄요. 제가 설득을 시킨 거라고 보긴 어려울 것 같아요. 스팍은 원래부터 스타플릿으로 돌아가고 싶었다니까. 자기의 ‘운명’인지 뭔지를 따라가고 싶지 않아서 피했을 뿐이죠. 필연적이 아닌 자신이 선택한 길을 가고 싶어했으니까요. 그저 전 스팍에게 스팍의 상황이 당신이 살아온 시간과 엄연히 다르다는 걸 계속 설득했다는 편에 가까울 것 같네요. 그래서 스팍도 자신이 스스로 선택을 하고 있다고 납득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옳은 말이긴 하지만, 고향을 잃고 지난 5년을 지구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떠돌이로 지냈으니 스타플릿이라는 선택이 나와 다름을 쉽게 설득 받지 못했을 텐데.”

“그랬을 테죠.”

스팍 대사는 눈에 호기심을 담고 그를 들여다봐왔다.

“논리적으로라면 지난번의 통화 이후로 자네들과의 관계에 뚜렷한 전진이 있었을 테지.”

바로 이런 이유에서 연락하지 않은 거였다. 짐이 가만히 있자 스팍 대사 쪽에서 다시 말했다.

“필시 중요한 발전이 있었을 텐데 자네의 기색에 주저함이 있으니, 더욱 궁금해지는군.”

“왠지 놀랍지가 않네요.”

상황이 이러니 비밀을 지키기가 힘들 것 같았다.

“…음… 맞아요. 그런데 이거 들으면 놀라서 뒤로 자빠질 지도 몰라요.”

“짐, 일생의 상당 시간 우주를 탐사한 벌칸이자 과학자로서 내가 ‘놀라 자빠질’ 일은 없을 듯 하군.”

“그렇죠. 네. 그러니까… 어떻게 된 거냐면…”

젠장. 돌려서 말하고 싶어도 그럴 만한 구석이 없었다. 짐은 그냥 시원하게 폭로해버리기로 했다.

“섹스 했어요.”

스팍 대사의 눈썹이 위로 솟구쳤다. 짐은 애써 화면에서 눈을 피하지 않고 버텼다. 그리고 기다렸다. 마침내, 스팍이 대꾸했다.

“즐거운 경험이었나?”

“어, 그게 그러니까…”

이게 스팍의 대답이란 말인가? 이번에 짐이 ‘놀라 자빠질’ 차례였다. 이런 반응은 전혀 예상치 못했기에 말문이 턱 막혀버렸다.

“네. 그랬죠.”

“그렇다면 좋은 소식이로군.”

스팍 대사는 그 말과 함께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 뭔가 이상한 낌새를 알아챈 것도 그 때부터였다. 짐은 눈을 가늘게 뜨고 화면 너머를 쳐다봤다. 올라간 저 입꼬리가 수상했다. 눈빛도 그렇고…

“잠깐만요. 뭔가 있는 거죠. 이게 왜 우스워요?” 그는 스팍을 추궁했다.

“우스움을 느낄 소식은 아니지만. 재미있긴 하군.”

“에? 잠깐. 잠깐만요.”

그 순간 깨달았다. 짐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당신의 시간대에서, 저랑 둘이 혹시…?”

“아직은.” 스팍 대사가 대답했다. “5년 임무에 돌입한 지 1년 반 되던 때에야 자네가 자신의 소망을 터놓고 말했고, 그제야 나 역시 나의 마음을 인정했지.”

잠시 동안 짐은 조그만 화면 너머를 빤히 쳐다만 봤다. 이거야말로 엄청난 폭로다… 그렇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니 이제야 아귀가 맞았다. 스팍 대사가 자신을 보는 눈빛과, 그에게 보내는 믿음, 또 스스럼없이 자신을 드러내는 태도 등…

“그래, 짐. 정말이야.”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대단해. 이제야 거의 모든 부분의 의문점들이 속속들이 제자리를 찾아갔다.

“우후라는요?”

“니요타 우후라는 좋은 여성이지. 돌이켜보면 당시에, 그녀가 내게 연애 감정을 약간 드러냈을지도 모르네. 그러나 나는 당시에만 해도 그녀는 물론이고 내 자신의 감정에도 무지했어. 그녀가 관심을 거둘 때까지도 나는 반응하지 않았지. 이후로는 서로 친구 이상으로 생각한 적이 없었다네. 물론 그런 관계 역시 벌칸으로서 내 삶에 있어 상당한 업적이었음은 틀림없어.”

“하지만, 당신이 스팍한테 엔터프라이즈로 돌아가면 자길 사랑해줄 사람을 만나게 될 거라고 했다면서요.”

그 부분은 스팍과 스팍 대사 사이에서만 오간 대화임을 깜빡한 채, 짐이 반박했다.

“그럼 그 말은… 잠깐.”

짐은 스팍의 기억 속에서 들었던 내용을 떠올렸다.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본 사건은 사실과 조금 다르게 기억될 수도 있는 거였다.

“그가 내 말의 뜻을 우후라 대위로 여겼다면 오해야. 그것은 단지 과거 스타플릿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한 추측에 불과하지. 나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말한 적은 없다네. 그가 스스로선택한 배우자가 잘못되었다거나 혹은 내가 살아온 길을 따라와야 한다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았어. 물론 우후라 대위와 내가 잘 어울리는 파트너가 되었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겠지. 그녀가 내게 관심을 가져봐야 소용없다고 단정 짓지 않았더라면. 또 나의 함장님이 내게 마음을 표현하지 않았더라면.”

여기까지 듣고도 짐은 여전히 믿기지가 않을 정도였다.

“그럼 당신은 우후라와 사귀었던 적이 없다는 거네요.”

“그렇지.”

“우후라가 아니라 나랑 사귄 거고요.”

“내 안의 불확실성을 거두어낸 후로, 그래, 그렇게 되었다네. 한때 내 스스로의 감정을 받아들이는 데 주저함이 있던 순간도 있었으나, 자네를 향한 존경과 애정의 마음만은 흔들린 적이 없다네. 지금까지도 줄곧.”

“그렇다면 결국 당신의 시간대와 비슷해진 셈이 되어버렸군요. 오히려.”

“그렇지.”

이게 사실이면 모든 게 바뀔 수도 있었다. 자신의 스팍에게 있어서도, 스타플릿으로 돌아오기로 한 그의 결심에 있어서도. 심장이 철렁했다.

“…이 일을 그 녀석한테 말해야 할까요?”

“솔직하게 말하는 게 좋겠나…?”

그는 당연하다는 듯이, 거의 곧장 답을 내놓았다.

“아니.”

짐의 본능도 동의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스팍을 기만하는 거나 다름없었다.

“모르겠네요…”

“짐. 중요한 것은, 내가 온 시간대의 역사를 전혀 알지 못한 채로도 자네들이 서로 만나 관계를 맺게 되었다는 점일세.”

“그렇죠. 그리고 그렇게 되어서 스팍의 바람보다 훨씬 더 당신의 세계와 비슷해졌다는 뜻이 되기도 하고요.”

짐은 어떻게 하면 좋을지 잠시 생각해 보았다.

“역시 그 녀석에게 사실대로 말해줘야 옳을 것 같아요.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요.”

“그것이 최선일 수도 있겠지.” 스팍 대사는 동의했다. “우리의 삶에 운명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나를 포함한 그 누구도 미래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알 수 없다네. 그렇다 해도, 자네에게 있어서 자네의 인생과 내가 알던 짐 커크의 일생이 흡사하다는 것이 부담스럽게 여겨지는가?”

그 부분의 의견은 확고했다.

“전혀요. 그 쪽의 시간대에서 온 운명을 바꿀 수 있다고 해도 스타플릿과 엔터프라이즈 외에는 생각조차 해본 적 없어요. …스팍을 어떻게든 5년 임무에 데리고 가기는 했겠죠. 나라다 호 사건 직후, 당신과 뉴벌칸으로 가버릴 줄 알았으면.”

“그가 스스로의 결정에 의해 내가 살아온 이 나이대의 시간과 뚜렷이 다른 삶을 살게 되었으나, 앞으로의 삶에 있어 오히려 나와 더욱 흡사한 길을 걷게 되더라도… 자네가 그러하듯, 그 역시 이 유사성을 기뻐할 일로 여기리라는 생각이 들어.”

“정말 그랬으면 좋겠네요.”

하지만 스팍이 그 약간의 운명 때문에 스타플릿을 버리고 다시 길거리로 가버리려 한다면…

“분명히 그러하리라고 자네에게 확신하고 싶지만, 나의 바람일 뿐이지. 자네들은 스스로의 운명을 선택할 권리가 있으니까.”

“괜찮아요. 앞으로 서로 어떻게 될지 알고 관계를 맺는 사람은 없잖아요. 그게 가능했으면 대부분은 시작조차 안 했을 거예요.”

본즈가 바로 그런 상황에 처해 있다 보니 자연스레 생각이 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며칠 전의 그날 밤 스팍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짐의 부모님과 그의 부모님에 관해 했던 얘기가…

“딱 하나만 물어봐도 되겠어요?”

“원하는 만큼 물어보게.”

“좋아요. 음.”

짐은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고민해 보았다.

“들어보니까 당신이랑 제가 꽤 잘 사귀었던 건 같은데… 제가…음… 제가 죽을 때까지 우리 줄곧 함께였어요?”

“그랬다네. 물론 내가 보내온 경험과는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어.”

“사실 그걸 물어보려던 게 아니고… 그러니까 제가 정말 묻고 싶은 건… 당신이 회상해 봤을 때, 가치가 있는 세월이었나요?”

“물론.” 스팍의 대답에는 단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었다.

“다행이군요.”

캘리포니아에 있을 스팍이라면 왜 이런 질문을 하는 지 말할 수 없겠지만, 이 스팍 대사라면 그의 대답을 좋아할 것 같다.

“…그냥 확실하게 해두고 싶었어요. 그 녀석이 혹시라도 나중에 후회할지 모르니까.”

“공존함에 있어 다소… 조화롭지 못했던 순간도 있었으나, 결국엔 그 사람뿐이었지. 다시 선택할 수 있는 순간이 와도 절대 다른 선택은 하지 않아.”

자신을 바라보는 스팍 대사의 눈빛에서 느껴지는 다정함이 더욱 생생하고 현실성 있게 다가왔다. 자신도 할 수 있다는 걸 — 자신이 가치 있는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눈빛. 그것을 보는 짐의 마음도 뭉클, 녹아들었다.

“그럼… 이제 제 임무가 정해졌군요. 스팍이 앞으로의 일을 축하하도록 그 유사성이란 걸 좋아하게 만들어 봐야겠네요.”

“자네는 이미 놀라울 정도의 업적을 이루었어.”

“헤. 뭐 그렇다면 그런 거겠죠.” 짐은 다시 웃음 지을 수밖에 없었다. “제 자신감에 신뢰를 줘서 고마워요.”

“논리를 따르는 자로서, 나는 응당 확실한 것에만 신뢰를 보인다네.”

정말 그랬다. 스팍 대사가 짐에게 방금 쫓겨나온 함선으로 다시 되돌아가 지휘권을 잡고, 미래에서 온 거대한 로뮬란 함선을 무찌를 수 있다고 설득했을 때 회의가 들었지만, 결국엔 완벽하게 논리적인 실제가 되지 않았던가. 물론 매번 그 사건들이 성공할 거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었지만. 짐은 조금 더 환하게 웃었다.

“고마워요.”

그날 밤 잠자리에 누운 짐은 천장을 올려다본 채 생각에 잠겼다. 스팍 대사는 늘 그에게 믿음을 주었다. 사실은 스스로도 과분할 정도로 그랬다. 하지만 그의 믿음은 늘 짐의 역량으로 어떻게든 해낼 수 있는 부분에 닿아 있었다. 확실히 벌칸으로서, 스팍이 믿지 않는 것에 믿음을 가진 척 하는 편이 더 있음직하지 않은 일일 거다. 짐은 여태껏 살면서 직면한 과제에, 그것이 무엇이든 전부 성공할 수 있는 길이 있다고 믿었고, 또 그 길을 찾아낼 수 있으리라 늘 확신했었다. 그런데 ‘관계’라는 과제가 그의 앞에 나타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 했다. 그것도 잠깐 지나가는 것이 아닌 평생을 갈 지도 모르는 관계가. 타고난 본능과 스타플릿에서의 훈련을 토대로 그는 마침내 이런 진단을 내렸다. 자신은 이런 상황엔 준비도 되지 않았을 뿐더러 완전히 당황해 있었다.

스팍은 이 일에 있어 제임스 커크에게 자신을 갖고 있는 걸까… 그렇다면 다른 쪽 세상의 제임스 커크가 정말로 정착해서 행복하게 살았다는 만큼이나 놀라운 얘기일 것 같다.

 

 

…계속


역자의 말

정말 엄청 오랜만의 업데이트입니다^^;;결국 11월을 건너뛰다니ㅠㅠ

22화의 ‘사랑하는 사람’은 이번 업데이트 부분의 내용을 의식한 제목이었어요. 지금껏 짐은 스팍을 향해 마음속으로도 ‘사랑’한다고 말한 적이 없고 오히려 이게 ‘사랑인 건가봐’ 긴장하고 두려워했습니다. 아직 담담하게 내가 스팍을 사랑해요♡라고 인정하기에는 이른 간질간질한 단계일 거예요.
‘사랑하는 사람’이란 스팍 대사가 말하는 사랑하는 이었습닌다..^^ 짐에게 있어서 이건 큰 발견인 동시에 위안이 되었겠죠. 자신이 누군가의 가치있는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스팍의 ‘사랑하는 사람’을 통해 증명받았으니까. 여러 모로 짐과 스팍 모두가 발전하고 성장하는 화였습니다.

<중력을 거스르다>는 다음 23편 <물들어>에서 완결이고, 짧은 외전이 있을 예정이예요~
정말 오래 같이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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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rk] 중력을 거스르다 – Fighting Gravity – 22 : 사랑하는 사람 (3/3)

[Spirk] 중력을 거스르다 – Fighting Gravity – 22 : 사랑하는 사람 (3/3)”에 대한 6개의 생각

  1. 리온댓글:

    전 스팍대사는 우후라와 연결되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했기 때문에 오늘 편이 참 재밌었어요ㅎㅎ부제가 그런 의미였다니, 더더 문장에서 무게가 느껴진달까요? 이 곳의 짐과 스팍도 사랑을 인정하고 제대로 관계를 맺으면서 닮아가겠죠 🙂 그나저나, 연륜이랄까 나이를 먹으면서 는 능청스러움이랄까 스팍과는 다른 스팍대사만의 특징이 깨알같아요ㅋㅋ
    현실의 일에다 번역의 버거움까지 느끼시면서도 유종의 미를 거두시려는 선녀님, 멋지세요>< 늦어져도, 그저 꾸준히 좋은글 번역해주시는게 고맙기만 합니다. 거기다 계획도 야무지게 세우시고! 굳이 블로그에 밝히시는건, 독자들(?)과의 의리를 계속 지키고 싶다는 선녀님의 의지로 보였어요~ 덕분에 내년이 기다려지는 작은 이유가 하나 더 생겨 감사해요♥ 해드릴게 없으니, 그저 꾸준히 댓글남기고 응원의 말 전하겠습니다!! 연말, 기분좋게 마무리 할 수 있도록 힘내요 모두>< 오늘도 잘 읽었습니다!

    1. 저도 막상 읽을 때는 크게 다가오지 않았지만 천천히 번역을 통해 짐의 의식을 따라가다 보니까 이번 편에서 그에게 ‘사귐’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잘 깨달을 수 있었어요. 그래서 스팍 대사가 그쪽 세계의 짐 커크와 평생을 함께했다는 사실을 밝히고 짐이 좀 더 자신을 갖는 이 서사 구조가 정말 좋았고…. 이런 좋은 글을 제가 넘 느리게 진도를 나가서 끌고 있으니까..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사실 독자분들이 저의 일정을 양해는 하되 이해해야 할 의무는 없으니까요. 그저 봐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구요. 이번 작품이 끝나면 앞으로 좀 더 경제적으로 업데이트를 배치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보시는 데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한 해가 마무리되어갑니다. 벌써 12월이라니 시간이 참 빨라요. 하시는 일 전부 잘 되고, 또 좋은 마무리를 짓게 되셨으면 하고 바랍니다. 건강하시고, 다음에 마지막 편에서 뵐게요!

  2. 슈카댓글:

    스팍 대사와 커크가 나누는 대화는 언제나 따뜻한 느낌이에요 커크가 스팍과 섹스했다고 폭탄 터뜨렸는데 스팍 대사가 침착한 부분에서 약간 터졌네요ㅋㅋㅋㅋ그리고 자신의 커크와 사귀었다는 이야길 해서 오히려 커크가 더 놀라고ㅋㅋㅋ스팍도 그렇겠지만 커크도 스팍과 같은 존재를 만날거라는 예상을 하지 못했겠죠 뭔가 운명적인 상대인거 같아 언제나 둘의 관계는 설렙니다ㅠㅠ

    1. 스팍 대사가 태연하게 ‘우스운 건 아닌데 재밌네^^’ 이러는 거좀 보라죠. 이상한 부분에서 귀여운 구석이 드러나구요ㅋㅋ 관계정립에 불안했던 짐의 생각에 변화를 줄 수 있는 계기가 되어서 저는 무척! 좋았던 부분이었어요:)

  3. kajesuki댓글:

    선녀님~ 어느덧 크리스마스이옵니다. 올 한해 여러가지 일로 바쁘셨을텐데도 덕질의 끈을 놓지 않으시고 번역에 연성까지, 이 덕후는 그저 감사할 따름이옵니다. 내년에도 만사형통하시길 바라오며 즐거운 연말, 희망찬 새해 맞으시길. 메리 클스마스 앤 해피 뉴이얼~~~^^****

    1. 안녕하세요~! 올 한해 임이 있어 덕생활이 햄볶았습니다. 임께서도 내년 도 건강하고 더 햄볶으시길 바랄게요! 다음 해도 잘 부탁드리겠사와요 (_ _)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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