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rk] 중력을 거스르다 │ Fighting Gravity – 22 : 사랑하는 사람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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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 (link)

 

 

차창을 열고 음악을 크게 튼 채로 집까지 달렸다. 해가 완전히 하늘 위로 떠올랐고 길은 한산했고, 짐은 목표를 이뤘다. 스팍을 스타플릿으로 데리고 돌아오는 데 성공했다. 스팍은 그의 일등항해사가 될 것이다. 그동안 선망했던, 일생에 한 번뿐인 우정을 이뤄볼 기회가 생겼다. 또 친구일 뿐만이 아니라… 음, 아니다. 친구 말고 또 정확히 무엇인지 당장은 고민하지 않으련다. 좋은 기분이 괜히 초조해질 것 같다. 그렇지만 인정하자면… 지난 몇 년간, 오며가며 가볍게 교제를 할 기회가 있었지만 그다지 즐겁지가 않았었다. 당시에는 짐 자신도 관심이 없었고, 어째서 이러는 건지 고민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다.

집에 도착하니 엄마가 일어나서 데운 아침식사와 커피를 들고 있었다.

“모두 계획한 대로 잘 된 거니?”

“네. 지금쯤이면 샌프란시스코에 벌써 도착했을 거예요.”

바로 그 공항에. 스팍도 예전 생각을 떠올릴까 궁금해졌다. 아니면 향수에 젖는 건 너무 비논리적이라고 하려나. 그를 생각하니 입에서 웃음이 삐져나왔다.

“도착하면 연락 하라고 할 걸 그랬어요.”

“나도 말이나 전해둘 걸 그랬어. 그 애 엄마가 수선 떠는 분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그랬으면, 내 잔소리도 잘 견뎌줄 것 같아.”

엄마는 빙그레 웃었다.

“그러고 보니까 — 이제 손님이 가셨으니, 엄마의 잔소리는 네 차지야.”

“난리 났네요. 잔소리는 본즈만으로도 충분히 들었다고요.”

놀랍게도, 아이오와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불안과 염려로 가득해 있었는데 막상 오고 나니 아무것도 아니었다. 엄마는 스팍에게 정말 잘 대해줬고, 걱정했던 어색한 순간도 없었다. 짐은 식탁 맞은편에 자리를 잡고 엄마를 불렀다.

“아무튼 엄마. 스팍한테 잘 해줘서 고마워요. 요리도 해주고… 음, 벌칸에 대해 잘 알고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알았잖아요. 그것만으로도 스팍한테 좋은 영향이었어요. 어느 정도나마 익숙한 환경에 있다는 게 스팍에게 의미가 컸을 거예요.”

“내가 한 게 뭐 있겠니. 다른 문명에서 온 사람과 시간을 보내서 나도 즐거웠어.”

엄마는 고개를 젓더니 그를 올려다봤다.

“스팍이 너한테도 좋은 영향을 미친 것 같은데? 너, 함장 임명식을 한 날 이후로 이렇게 들떠있는 건 처음 본다. 얼굴이 번쩍거리는 게 아주 신수가 훤한걸.”

그렇게 뻔히 보였나? “어…”

짐은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그냥 웃었다.

“그냥 뭐… 스팍이 스타플릿으로 복귀하기로 한 게 기뻐서 그래요. 플릿에는 스팍 같은 인물들이 필요하니까요.”

스팍이 다시 길거리로 나가지 않아도 된다는 확신이 주어져 안심이기도 했고. 물론 엄마에게 할 말은 아니었다. 엄마에게 숨기는 비밀이 하나 더 추가다.

엄마는 생각에 잠긴 모습으로 커피를 마셨다.

“내 소견으로는, 벌칸은 승무원으로서 함선에 큰 자산이야. 최악의 상황이 닥치더라도 침착함을 잃지 않으니까. 그리고, 네가 스팍을 얻었다는 건 아주 의미가 커. 그 애가 널 얼마나 높이 사고 있는지 알려나 모르겠다. 이건 벌칸인들에게 흔한 일이 아니야.”

“짐작은 하고 있었죠.”

반대로 엄마는, 스팍이 자신을 높이 산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상상도 못 할 거다.

이런 이상한 이야기와는 대조적으로, 상황은 무척이나… 평범했다. 엄마와 나란히 앉아 평범하기 짝이 없는 대화를 나누다니. 이렇게 평범한 대화를 나누어 본 게 언제 적 일이었던가. 밤새 방황한 끝에 집으로 들어와 엄마에게 스타플릿에 들어갈 거라 말했던 그 날도, 둘이만 남은 집에 서로를 의지하며 살게 되었을 때도 엄마와는 늘 어색했었다. 두 사람은 겉으로는 괜찮아 보였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예전에는 엄마에게 솔직했던 때가 있었다. 모든 일에 솔직하진 않더라도, 적어도 바보 같은 일을 저질렀을 때 인정할 줄은 알았다. 그리고 엄마는 그를 위해서 항상 어떤 일이건 가리지 않고 감내하려 했다.

돌이켜 보니… 이런 일에 툭 터놓고 비밀을 털어놓을 사람이 있었으면, 하고 내심 바라왔었다. 자신의 평소 행태를 잘 꿰고 있는 사람 이외에. 예를 들면 본즈 같은. 본즈가 의심쩍어 했던 것도 당연했다.

“있잖아요, 엄마…”

일단 운을 띄워놓은 후에 다음에 할 말을 고민해 봤다. 그는 손가락으로 식탁 위를 다다닥 두드리면서 하릴없이 쳐다만 봤다.

“사실, 스팍이랑 저…”

스팍이랑 내가 무슨 사이인데? 스스로도 모르니 할 말이 없었다. 그는 한참 생각한 끝에 고개를 들었다.

“일단은, 저도 스팍을 꽤 높이 사고 있어요. 물론 당연히 그렇죠.”

내뱉고 나니 바보 같은 소리라 얼른 수습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엔터프라이즈에 데려오고 싶지도 않았겠죠. 근데 사실… 직업상의 이유에서만은 아니에요. …무슨 말인지 아시죠.”

어영부영 말을 맺었다. 상황을 솔직하게 전달하면서도 그럴듯한 설명할 말을 찾아 그가 허둥대는 동안, 엄마는 옅은 미소를 띠고 그를 바라다봤다. 엄마가 그의 말을 이해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감은 잡은 것 같았다. 그는 사춘기 애송이가 되어버린 기분이 들었다. 진짜로 사춘기 때는 이런 양심선언 같은 건 전혀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곱절로 더 부끄러웠다.

짐이 그럴듯한 설명을 포기한 후에야, 엄마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서로 동일하게 느끼는 거고?”

“네.”

내뱉고 나서 보니까 자신은 이 말을 해서 어쩌려고 했던 걸까? 그냥 말하고 싶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이런 상황에 무슨 반응이 나오더라. 열심히 머리를 굴렸는데, 엄마가 한 대답은 전혀 의외의 것이었다.

“그럴 것 같더라니.”

이건 좀 놀라웠다. “아셨어요?”

“벌칸인들은 비논리적인 행동에 그다지 아량이 넓지 않아. 그리고 비논리적인 일을 당하게 되면, 예를 들어 전에 네가 술에 취했던 날처럼. 그런 상황에 대게는 ‘그가 지니고 태어난 인간적인 약점이 무척 흥미롭다’거나 ‘덕분에 잠재의식과 억제된 감정을 살펴볼 훌륭한 기회가 되었다’느니 하지 않거든.”

“…그렇겠죠.”

“게다가 네가 제일 문제야. 같이 있으면 그 애한테서 아예 눈을 못 뗐다니까. 군말 없이 같이 채식을 하고, 심지어는 디저트도 만들지 말라고 그랬잖니.”

“그건 그냥 신경써주느라 그랬던 거고요.”

정곡을 찔린 짐은 괜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러더니 어제는, 둘이 죽상을 하고 나가더니 완전히 풀어져서 돌아왔지. 옥수수 밭을 구경하다 ‘작은 사고’가 났다고 하면서.”

엄마가 다 안다는 듯이 웃어서, 짐은 얼굴을 찌푸렸다.

“…왜요?”

“짐, 난 네가 열다섯 살이었을 때부터 ‘옥수수 밭을 구경하고 왔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이미 알고 있었어. 설마 옥수수가 그렇게 재미가 좋았겠니?”

짐은 민망해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려버렸다.

“알았어요, 알았어. 눈치도 빨라. 아무튼, 그것 때문에 그 녀석을 엔터프라이즈에 데리고 가고 싶은 건 아니에요. 진심으로 스팍이 그 자리에 적격이라 생각하거든요. 스팍은 우리가 만나기도 전부터 파이크 제독님의 선택으로 일등항해사가 됐었고, 나라다 호 사건을 거치면서 그만한 능력이 있다는 걸 제 눈으로 봤어요. 그땐 진짜 그 녀석이 미웠는데, 그래도 제 배에 태워서 데리고 가고 싶을 정도로 탐이 나더라고요.”

“하지만 이젠 둘이 잘 지내니까 근무 환경도 훨씬 좋아지겠는걸.”

“당연하죠.”

잠시 정적이 흐른 후에 엄마가 입을 열었다.

“엄마한테 솔직하게 털어놔줘서 고마워. 그런데 엄만 뭐라고 해줄 말이 없네. 조언이라도 해주고 싶은데… 이때껏 벌칸 문화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해봤지만, 벌칸인들의 애정사업에 대해선 누구 하나 터놓고 말하려는 사람이 없었거든. 늘 논리에 맞춰 결정을 하는 사람들이니 짝을 선택하는 일도 대게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

“전 그거보다 더 복잡한 일인 줄 알았어요.”

스팍의 기억 속에서 본 걸 생각해 보면, 아무도 엄마에게 애정사업에 대해 털어놓지 않았던 게 당연했다.

“그 애 어머니가 아직 살아계셨다면 네게 조언을 좀 해줄 수 있었을 텐데. 뭐라고 하면 좋을까… 벌칸인들이 다소 외계종을 배척하는 경향이 있긴 하지. 하지만 그래서 더, 인간과 관계를 맺겠다고 생각했다면 벌칸으로서 절대 가볍게 결정한 일이 아닐 거야. 그런데, 반면에 넌…”

“저도 알아요. 스팍은 그렇죠. 같이 이미 그 얘길 해봤어요. 진짜 이런 건… 저한테 익숙하지 않은 거라서요. 스팍한테도 그렇고. 그래도 적어도 서로 터놓고 사실대로 얘기하긴 했어요.”

“그럼 너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거네.”

“…네.”

말로 내뱉고 나니, 짐은 부정할 수가 없었다.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들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기분이 썩 괜찮았다.

“그런 것 같아요.”

엄마의 얼굴에 애틋한 기색이 흘렀다. 하지만 그것이 아쉬움은 아닐 거라고 짐은 생각했다.

“너희 둘이 잘 해결할 수 있을 거야.”

확실히, 새로운 영역이다. 지금껏 무언가를 ‘해결’하고 싶은 관계를 가져본 적이 없었으니까. 그는 엄마를 향해 마주 웃어주었다.

“고마워요, 엄마.”

 

 

22화, 사랑하는 사람 (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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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rk] 중력을 거스르다 │ Fighting Gravity – 22 : 사랑하는 사람 (1/3)

[Spirk] 중력을 거스르다 │ Fighting Gravity – 22 : 사랑하는 사람 (1/3)”에 대한 6개의 생각

  1. kajesuki댓글:

    커크와 엄마와의 관계 변화가 너무 훈훈해요. 정말 좋습니다. ^__^ 위노나가 짐에게 얼마나 큰 관심과 애정이 있는지를 문장 사이사이에서 엿볼 수 있네요. ㅎㅎㅎ 아니 그건 그렇고 선녀님 연성도 하시나요???? 그럼 앞으로 스팍커크 연성을 기대해 보아도 될까요???? 제발 써주세요 @_@ 쓴다고 해주세요오오오~~~!!

    1. 위노나님은 제가 이 픽을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기도 하지요~ 여러모로 커크의 성장일지같달까요.
      연성은 글쎄요. 뭔가 해보고 싶어서 아이디어는 이만~큼 잔뜩 쌓아뒀는데 글을 어떻게 창작하는지를 몰라서리^^;; 썩혀만 두고 있네요. 나중에 유치한 연성글을 타박 않고 봐주시겠다고 언약을 해주시면 용기를 내볼지도 모르겠사와~호호

  2. 리온댓글:

    이게 그, 결혼하고 싶은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부모님께 말하게 되는, 그런 상황인거죠?ㅋㅋ좋은 사람은 본능적으로 알아서 입이 저절로 말을 한다고 하더라구요ㅎㅎ 흡 부럽네요ㅠㅠㅋㅋㅋ
    방황은 하더라도 좋은 부모밑에선 역시 좋은 자식이 자라네요~~똑똑하고 멋진 어머니><
    부제가 흔한 말이지만 여기서는 그동안의 이야기들이 떠올라 전혀 다른 느낌을 주네요 🙂
    잘 읽었습니다!

    1. 지금까지 커크가 했던 말들을 종합해 보면 지금까지 진지하게 사랑해본 사람이 없는 거인데, 이제야 트루러브를 느끼고 달달 겁먹어 하는 게 너무 귀엽지 않사와? 이걸 사랑이라고 해버리면 그대로 관계가 깨져버릴 것 같고 사랑을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한 번도 사랑한다고는 안 해요. 22화를 다 보시고 제가 부여한 소제목의 의미를 알게 되심 더 많이 만족하시게 되지 않을까..기대해 봅니다><

  3. 네뮤네뮤댓글:

    이번편은 엄마미소 지으면서 봤습니다~~ 트루러브 어떠게 대처해야 할지 1도 모르는 커크가 초귀엽습니다~~~ 이번편도 잘보고 갑니다~~>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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